정치, 경제, 철학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한국에서는 중요하게 가르치지 않는다.
그렇게 아이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묻지마 투자를 하게 되며, 무의미하며 폭력적인 언어를 남에게 배설하는 어른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2008년의 한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정치, 경제, 철학에 대해 어느 정도 스스로 공부하여 자생력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해 보게 된다.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 문화제, 그 시작은 바로 10대의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그 촛불 문화제 이후, 아이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문제인 '일제고사'가 시행되면서 아이들은 다시 성장하게 될 것 같다. 아이들이 원하든, 원치 않았던 간에 그것은 큰 상처를 동반한 성장이 될 것 같아 살짝 가슴은 아프지만.
일제고사란 대한민국 전역의 모든 학생들이 한낱한시에 치르는 시험이다. 그런 시험을 치면 어떻게 되냐고? 전국적으로 일제고사의 시험 성적에 대해 아이들과 학교의 순위를 메겨 볼 수 있는 거다.
일제고사를 치룸으로서 학력이 부진한 아이들에게는 '보충 교육'을.
우수한 아이들에게는 '성취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공정택을 비롯한 지금의 교육 정책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교육 정책은 초 - 중 - 고에 이르기 까지는 세계적으로도 학력 수준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수준이 높아야할 대학 때부터는 그 수준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한다. 초중고 때, 자신의 적성이나 꼭 필요한 인성 교육을 마친 후, 대학을 통해 전문화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제대로된 교육일테지만 한국의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한국의 아이들은 대학 입학 전까지 무한 경쟁을 뚫고, SKY등의 명문대에 골인하기 위한 초중고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이 고3 수험생들에게 입버릇 처럼 이야기 하는 '대학 가서 너희 펑펑 놀아라! 지금은 공부해!', '꼭 서울대나 연고대 가야지! 아니면 수도권에라도 가야지!' 라는 말은 실제로 우리 교육의 현실이 어떤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일제고사는 명문대를 가기 위한 관문으로서의 현 교육 체재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것은 전체적인 교육 수준을 높이는 정책이 아닌,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치열한 교육 경쟁을 강요해 성적만을 높이기 위한 교육 시스템과 그에 따른 사회 구조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 일제고사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 되었다.
- 경기도내 교사, 학생 80% 이상이 일제고사 실시를 반대.
일제고사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가정연락부를 발송하여, 일제고사 대신 다른 체험학습(문화재를 보러가는 것 등의 체험학습)을 권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일제고사 응시에 반대한 교사 7명에게 중징계를 하라는 요구서를 보내기에 이른다.
결국, 그 교사들은 파면, 해임을 선고받았다. 2007년 5월에 있었던 아동 성추행의 교사에겐 고작 벌금형과 3개월 정직처분을 내린 것에 비해 너무도 강한 중징계인 것이다. 사실상 교육청은 이들에게 교육자로서의 사형을 선고한 것이다.

즉, 아이들을 성추행한 교사보다 소신에 따라 일제 고사를 거부한 교사가 훨씬 죄질이 나쁘다는 거다.
여기서 교육부와 좌빨척결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조직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당연히 처분받아야 한다' 라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있어 교육정책이란 능수능란한 수족과 같은 조교 교사를 두어 학생이라는 이름의 엘리트 병사를 기르는 정책에 불과한 모양이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반대를 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당연한 모습이다. 자꾸 우리가 사는 사회를 전체주의 사회의 논리로 이야기 하지 말라.
또한 '일제고사 성적으로 학교의 순위를 정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교를 우선적으로 지원해 교육의 질을 넓힐 것' 이라고 교육 과학 기술부는 말해 왔다. 그러나 지난 11월 7일 경상북도 교육청은 2008년 도내 일제 고사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에 대해 포상금을 내려 주었다. 자신들이 했던 말이랑 반대되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사자인 아이들은 해임 당하는 그들의 선생님을 보고 울부짖는다. "우리 선생님 돌려주세요!"

http://hani.co.kr/arti/society/schooling/328424.html
- "왜 막아요, 우리 선생님 돌려주세요!!"
그러나 그런 아이들의 요구는 묵살된다.
급기야는 해임된 교사와 아이들을 떼어놓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기에 이른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34927
- "지금 교문 앞엔 '순수한' 학부모 없다."
대규모 경찰 병력이 가로막은 초등학교의 교문은 끝내 열리지 못했다.
http://blog.daum.net/minguni/16899790
- "해임교사의 마지막 수업, 아이들까지 몸싸움에 휘말린다"
http://www.vop.co.kr/A00000234854.html
- 초등학교에 경찰 투입.. "공정택 미친 것 같다."
경찰이 교사, 학부모를 끌어내는 와중에, 학생들 "우리가 선생님을 지킨다"
이런 일들이 버젓히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아이들이 이번 공권력의 투입을 보고 무엇을 배우고 생각하게 될까?
그리고 교육청의 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 걸까? 강대한 공권력에 대들면 안되겠다? 시키는데로 무작정 따르지 않으면 큰일난다? 그런 힘의 논리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걸까.
아무튼 이제 이 비극의 무대는 막이 열렸다. 2008년 12월 23일. 전국의 중학생 1, 2학년을 대상으로 일제 고사가 치뤄진다. 일제 고사로 인해 벌어지는 이 비극의 무대는 이제야 그 막이 오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런 비극의 무대 속에서 아이들은 이 사회를 이끄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지금 눈물을 흘리며 선생님을 부르는 아이들에게 염치 없게도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똑똑히 이 사회를 바라봐 달라고.
지금의 그 분노를 가슴에 새겨 달라고.
그리고 이 어른들과 똑같은 어른이 되지 말아 달라고.
그래서 언젠가의 미래에는 학교에서 경쟁을 강요 받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받으며 웃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아무쪼록 지금의 그 분노와 설움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이다.




덧글
보리밭 2008/12/22 22:30 # 답글
그 염치 없는 부탁 저도 하고 싶군요.
쿄. 2008/12/22 23:51 #
눈물이 나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염치 없는 부탁이나 해야 한다는게..보리밭 선생님께서도 많이 고생하고 있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ㅠㅠ
Jeff 2008/12/22 22:30 # 답글
헐퀴~ 쫓겨나야 할 사람이 쫓겨나지 않고, 애꿎은 교육자들만 쫓겨나네요.그리고 추가할 과목이 있으니, '도덕'과 '바른 생활'입니다.
요즘 애들 하는 짓거리보면 참 필요하다고 느끼는 중이죠.
쿄. 2008/12/22 23:51 #
요새 애들하는 짓거리보단 요새 정치가들 짓거리가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tranGster 2008/12/22 23:13 # 답글
세상에 희망을 주는 것은 낙관론이지만, 세상을 온전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은 비관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에는 희망을 가지지만, 그렇다고 윗세대가 손을 놓아 버린다면, 점차 이런 사회에 희석되어 버리겠지요.사회 구성원들에게는 각자의 책임이 있겠지요. 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쿄. 2008/12/23 00:38 #
분노에 못 이겨 빠르게 써 내려간 글이라 많이 부족하지만 그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는 쉽게 보는 시리즈 정택이의 일제고사(한국의 교육정책편)를 쓰다가 너무 화가 나서 그냥 일반 포스팅으로 올려버리게 되었습니다.가슴이 매우 아픕니다. 그리고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키시야스 2008/12/23 00:53 # 답글
현재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육을 따라가지 않고 나름대로 생각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제도권 교육을 최소한으로만 따라갔습니다만, (고등학교때도 대학 토플 시험이 끝나니 학교 선생이 토플 강좌 연다고 난리 쳐서 영어 수업을 거부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사과정중 프랑스 애들과 비교하면 사고력에서 매우 못미칩니다. 실제로 데이터라는 것은 컴퓨터 혹은 인터넷 상에 무궁무진하게 쌓여있는 지금 단순히 학력을 올리기 위해서 애들 머리속에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은 인간을 컴퓨터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지요. 그건 교육이라는 가르치고 육성하는 교육이란 한자어적 해석에도 맞지 않는 길들이기 이지요.초등학교 1년을 프랑스에서 보냈던 저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답니다. 아버지가 프랑스 고성을 방문하면서 가족여행을 학기중에 간다고 학교에 연락하니,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막는게 아니라, 애들 교육을 위해서 부모가 노력하는데 학교가 협력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공결로써 결석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또한 쉬는 시간에는 어떤일이 있어도 교실 문을 잠그고 밖에서 뛰어놀도록 시키더군요. 이렇듯 선진국의 교육 본질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한은 절대 교육의 선진화는 불가능하단 생각이 드네요.
쿄. 2008/12/23 01:17 #
격하게 동의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체 가능한 사전적 지식을 인간이 암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에 대해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고, 그 사고를 위해 도구를 다루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지요.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구구단은 몰라도, 계산식을 이해하고, 계산기를 두드릴 줄 알면 되겠지요) 저도 최근 크게 후회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a;그리고 말씀하신 프랑스에서의 일화는 잘 보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가끔씩 사람들과 교육에 대해 논의할 때 프랑스 교육에 대해 늘 이야기가 나오곤 했습니다. 키시야스님 같이 직접 그 곳에서 교육을 받은 분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여러가지를 시사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키시야스 2008/12/23 02:05 # 답글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놈의 정부가 무서워서 블로그에 포스팅 하기 꺼려지긴 하는데 언제 이 주제도 다뤄봐야겠네요 ^^. 좋은 밤 되시고 나중에 경제와 교육문제로 한번 교류 해 봐요.
쿄. 2008/12/23 02:11 #
알겠습니다. 그럼, 키시야스님의 포스팅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_+키시야스님께서도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 )
천기누설 2008/12/23 09:29 # 답글
저도 촛불시위 때부터 미래에 희망을 갖게 되었답니다. 현재 스스로도 초등논술지도나 독서자료론, 아동문학론등을 공부하고 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논술교육이 필수인지라 점점 아이들이 논리적이 되어가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일제고사 사태는 일제고사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의 만행이, 또 아이들을 하나의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어른의 잘못된 시각이 드러난 사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쿄. 2008/12/23 10:08 #
전체적으로 아직 한국에서는 아이들을 1:1의 인간이 아닌 교육과 통제를 통해 성장해야 하는 무언가로 보고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교육의 문제에서 늘 튀어나오는 말인 체벌의 문제도 그것에서부터 파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아이들을 주체가 있는 한 개인이 아닌 아직 모자란 인간으로 바라본다는 것이지요.왜 미성숙한 아이들을 체벌하고, 주입식 교육을 시키는데는 당당하면서 진짜 나쁜 짓을 하고 바보 같은 어른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는지 알 수가 없네요.
물꼬기 2008/12/23 12:20 # 삭제 답글
가슴시원해지는 좋은 글이네요. 출처밝히고 가져가겠습니다.
쿄. 2008/12/23 18:46 #
어설픈 글이지만 ㅠㅠ 공감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출처 밝히고 가져가시는 거야 뭐.. : )
돌이아빠 2008/12/23 13:39 # 삭제 답글
부족하지만 관련글 트랙백 드렸습니다.
쿄. 2008/12/23 18:46 #
돌이아빠님의 포스팅도 잘 읽어 보았습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드립니다. (_ _)
규 2008/12/23 18:37 # 삭제 답글
이건 분명히 방식이 잘못된거라 저도 생각해요너무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쿄. 2008/12/23 18:47 #
이건 너무 무대포라 할 말이 없어지는군요. -_-;; 저도 가슴이 아픕니다. 보는 순간 분노로 바들바들 몸이 떨렸으니...
eternium 2008/12/24 10:10 # 답글
이 일제고사 사건을 보고.애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존재들에 대한 존경심이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물론 이 정권이나 공정택의 졸개가 아닌,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신 선생님들).
제발 그 애들,요즘 느꼈던 슬픔과 분노를 어른이 될 때까지 잊지말고 간직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쿄. 2008/12/28 21:03 #
학교는 군대가 아닌데 이상하게 군대의 논리로 귀결되더군요...가슴이 아픕니다. ㅠㅠ
wiekk 2008/12/26 12:23 # 삭제 답글
저는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범죄보다 더한 결과를 학생들과 선생님들
께 안겨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밝히고 퍼갈께요
쿄. 2008/12/28 21:04 #
넵... 일제고사의 여부에 대한 것은 주관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강압적인 전체주의적인 만행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수복 2008/12/31 11:05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보다가 좀 울었네요ㅜㅜ
쿄. 2008/12/31 17:10 #
네, 저도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ㅠㅠ
샤쨩 2009/01/06 22:12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갓 수능을 치른 한 학생입니다. 교사를 꿈꾸고 있는 학생이기도 하답니다. 쿄님의 글을 보니 안타까운 우리 교육의 현실이 느껴지네요. 이렇게 뚜렷한 시각을 가진 글을 만나게 되어 참 반갑습니다. 허락맡고 블로그로 퍼가고 싶었는데 이글루스 블로그로군요.. ㅠㅠ. 그래도 잘 읽고 갑니다 :)